2008년 03월 30일
버스타고 런던가야지

어제 일하러 갔는데 버마에서 왔다는- 제프(Jeff)가 얘기하길 일한지 한달 넘었는데 아직도 커피 만드는 법을 모른다는- 넬린이란 남자애를 만났다. 인상도 성격도 무지 좋아보였는데, 사람이 너무 좋은 타입이랄까..역시나 둘이서 허드렛일-_-을 한참 하다가, 슬쩍 운을 띄웠다. '이 가게 좀 이상한 것 같아' '뭐가?' '어째서 일을 똑같이 나눠서 하지 않고 이런식이지?' 하니까 갑자기 말문이 터지며 술술 나온다. 자기도 싫지만, 어차피 5월까지만 하고 그만둘거고, 주말에만 하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불평안하고 하는거라고. 그래서 '난 불평좀 해야겠어. 아직 들어온지 2주라서 참고 있지만 이런식으로는 못해' 하니까 꼭 그러라고 하길래, 너도 커피 만드는거 반드시 배우라고 했다.
제프가 나를 걱정했는지 매니저한테 얘기를 한 모양이다. 이 가게에서 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건 제프밖에 없어.. ㅠ_ㅠ 내가 무거운 거 나를때도 와서 조용히 자기가 한다고 가만 놔두라고 하고.. 그래봤자 가게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바빠지면 다 내가 해야하지만. 어쨌든 그래서 매니저가 날 부르더니, 제프가 내 교육담당을 할거라고 2주동안 가게의 모든걸 배우라고 했다. 야호~
제프는 뭐랄까 초딩 남자애들이 좋은데 부끄러우니까 괜히 다른데 쳐다보면서 강한척 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딱 그런 성격이다. -_- 괜히 오바하고 한숨쉬면서 fuck, fuck 거리더니 바 안에 데려가 삼십분정도 이거저거 가르쳐주고, 주문 받는 법도 가르쳐줬다. ... 무척 정신없고 힘들었다. 손님들이여.. 무슨 주문이 그리 까다로운것인가..게다가 뭘 그리 많이 먹어!.. 커피숍에 와서 3-4만원씩 쓰고 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역시 부자 나라로구나. 이후 제프는 주방에 들어와 날 볼때마다 반짝 퀴즈를 낸다. '미디엄 라테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는 몇 샷이지?' '모카랑 모카 플레이크의 다른점은 뭐지?' '행주 red, yellow, blue, green 색상별로 용도를 말해봐' 등등.. 무척 즐거워하고 있다.. -_-
어쨌든 그래도 동유럽 여자애들은 나에게 살갑지 않다. 사실 대놓고 적대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첫날 와서 바닥 닦다가 미끄러져 넘어졌을때 다들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걸 잊을 수 없어.. -_-
1:1로 얘기하면 그래도 잘 대답하고 웃는데, 2명 이상 모이면 무서워진다. 여자들의 힘인가.
매니저는 어제 보아하니.. 동유럽 여자애들한테 말리는 듯. 매니저는 폴란드는 아닌데 내가 모르는 나라다. 가게에 일하러 온 순서대로 휴식시간을 갖는데, 보니까 버마 남자애는 10시에 왔는데도 11시, 12시에 온 다른애들이 먼저 쉬고 있었다. (난 이런건 참 잘 찾아먹는다만) 그러더니 어떤 여자애가 버마 남자애 쉬는 시간 줬어? 하니까 심술궂으면서도 어머~몰랐네 하는 표정의 웃음을 지으면서 '호호호 그러고보니 안줬네~?" 하고도 두시간 있다 줬다. 가게 클로징 할때도 나랑, 버마 남자애..그리고 매니저가 청소했다.. -_-; 다른 여자애들은 돕지도 않으면서 빨리 끝내달라고 아우성인데..참나;;;-_-;;
그래도 샌드위치 유통기한 지난거(..) 하나 챙겨와서 좀 뿌듯?
어제 10시간 반을 스트레이트로 일했더니(중간에 딱 30분 쉬고) 너무 힘든데다, 오늘 스케줄을 보니 그나마 나한테 호의적인 4명이 다 쉬는 날이고 매니저도 off 여서, 어젯밤에 그냥 나몰라라 하고 문자로 아파서 못가겠다고 해버렸다. -_-; (전화 하지말고 문자로 하라고 하더라)
예의가 아닌건 알지만 손목도 몸도 너무 아프고..발에 물집도 잡히고.. 자를테면 잘라라, 이런 심정으로 (실은 소심한 나에게 무척 큰 결심..)..
무슨 대단한 직업도 아니고 일할 사람도 많으니 누군가로 채워넣었겠지..(덜덜)
아직까지 연락 없는걸로 봐서는 잘 돌아가고 있는 듯.
(H님 감사해요, 오늘 손목 밴드 사러 갈 예정)
그나저나 일 얘기를 쓰려고 한 게 아닌데 쓰다보니 -_- ;;
오늘은 버스 패스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모든 킹스턴 및 뉴몰든 거주자의 로망, 시내버스 타고 런던 나가보기를 시행해보기로 했다. TFL사이트에서 한참 연구했는데 265번 타고 퍼트니 브릿지 가서 갈아타면 될 듯. 어제 퍼트니 브릿지에서 옥스퍼드 대 케임브릿지로 무슨 요트경주인가 무척 재밌었다는데 놓쳐서 아깝다. ㅠ_ㅠ
앗 창밖을 보니 잠깐이지만 날씨가 무척 좋다. 나빠지기 전에 나가야지~
후룰루- 여러분도 주말 즐겁게 마무리하세용.
# by | 2008/03/30 19:53 | Simple Life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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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주제 이외의 것이 더 재밌군요.
아르바이트 힘내세요. ^^
막 어린풋내가 풀풀 나는듯
사람 관리하는 게 주 업무 아닌감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지....어린이들과 일 하시려니 참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식사 든든히 하시고 허허허허헛 하고 튕겨 버리세요.--;;;;
둥가// 한 십년 전에 했어야할걸 그때 못하고 지금 하느라 :) 고맙습니다.
yu_k// 후엥 그래도 한국에선 직장내 동료관계 잘하는 편이었는데 요긴 너무 힘드네요. 무척 다른 종류의 일이라 그런것 같기도 하고..
비공개ㅁ// 네 고맙습니다 ^^
jules// 앗 잘 받을게요, 고맙습니다!
トンヒdonghee // 그게 사실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따로 한번 포스팅 할 예정이에요. :)
취한배// 그 말씀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정말 폴란드애들 특히 최근 EU가입하면서 완전히 안하무인..;; 돈벌러 와서 어케 영국남자 함 꼬실까 하면서 말이에요. 에휴 ㅠ_ㅠ 역시 교육이 중요해요.
비공개J// 앗! 오시나요! 저랑 반나절이라도(;;) 놀아요!
armineju// 그냥 귀찮으니까 내비두는 것 같아요.. 이런식으로라면 불균형이 너무 심한데두요. 제가 불굴로 이겨내겠습니다. 쿄쿄. 고맙습니다!
Nasha// 네 맞아요 한국에서 편히 살다 여기와서 고생하는 것도 사실 나름 재미있어요. :) 감샇바니다.
비공개s// 아무래도 그쪽이 그렇군요.. ㅎㅎ 두고보세요 제가 다 그냥 확 .. =-_-;; 얘네들은 아예 공부를 안해서 영어도 안느는 것 같아요.
armineju// 다녀왔습니다 흐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비공개ㅇ// 나이가 어리지 않다는게 더 포인트;;-_-;; 한국도 아줌마텃세도 무섭다죠?;;
비공개g// 헤헤 네, 열심히 해야죠~
비공개J// 크크.. 그런거 자주 느껴요.
soylatte// 소이라테님은 부디 좋은 사람들 만나서 행복하게 일하셔요~~ ^^ 머핀 남은거 싸오고 와~ 좋겠어요.
비공개w// 으하하 그럴까요? 근데 확실히 일부 백인여자애들이 동양여성 싫어하는 경향이 있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이런고생 저런 고생 해보는 것도 다 좋은 경험이 되겠죠..? 힘내용 선배 =ㅂ=/
콩수프// 아니에요 와보면 또 달라~ 즐거운 일도 많으니까! :)
저도 방금 하나 먹고 왔지만 말입니다;; 으하하
조심해요 우리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