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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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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카페에서 일한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한마디로 운도 지지리 없이 지점 잘못 걸렸다. -_- 지난 번 하루 트라이얼 하면서도 커피 만드는 법을 대강 알려주던 윔블던 지점과 달리, 이번 벤톨 지점은 사흘이 지나도록 죽어라고 클리닝만 하고 있었다. 손님들 먹고 간 접시 치우고, 테이블 닦고 키친에서 분류해서 디시워셔에 그릇들 넣고, 빼서 바로 나르고, 일 끝나면 플로어, 키친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고. 워낙 바쁜 지점이니 처음엔 당연히 그러려니 했지만, 힘든일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그다지 친근하지 않은 팀원들과 며칠 일하면서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는 한 달 일해도 커피 만들기는 커녕 바 안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겠다는 걱정이 슬슬 들 무렵, 아래층에서 잠깐 원정 온 한국 분을 만났다. 알고 보니 정민언니와 아는 사이인 그녀는, 내가 들어온 벤톨 코스타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미 일하고 있는 애들의 텃세가 너무 심해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고. 카페에는 커피 만들기, 계산대 보기, 샌드위치 등 채워넣기, 플로어 담당(접시 치우는), 클리닝 이렇게 일이 분류되는데, 정상적인 팀워크는 한 팀의 각 멤버가 일을 균등하게 나눠서 돌아가며 하는 것이다. 매니저의 경우 궂은 일을 덜하지만 쓰레기도 갖다버리고 클리닝도 하고 다 하긴 한다. 그런데 이 지점의 텃세녀들은 키친에는 코빼기도 안보이고 바 안에서 편하고 손 크게 더럽히지 않는 커피만들기와 계산대 보기 이외의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어시스턴트 매니저 트레이닝을 온 에리카라는 꽤 괜찮은 여자애가 있었는데 경력 꽤나 긴 그녀를 바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텃세로 못하겠다고 원래 지점으로 가서 일반 팀원으로 남겠다고 했단다. 또한 매니저와 싸우고 다른 지점으로 옮긴 애도 있고.. 제프라는 동양 남자애가 있는데, 경력도 길지만 착한 편이라 보통은 얘가 궂은 일을 많이 하는 듯. 얘가 내가 일한 사흘째 그러더라. "매니저한테 커피 만드는거 가르쳐달라고 계속 말해. 안그러면 넌 평생 못배울거야. 아니면 차라리 다른 지점으로 옮겨달라고 해." 이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다. 일한지 사흘 밖에 안됐는데 이런 얘기를 듣다니. 주말만 일하는 남자애가 있는데 3달째 일했지만 아직도 커피 만드는 법을 모른댄다. 죽어라고 클리닝, 워싱만 해서.. 평일도 바쁜 지점인데 주말은 진짜 미친듯이 바쁘기 때문에 상황이 상상이 갔다. 오마이갓.. 다음날, 제프가 없던날 내가 일하러 갔을때 안드레아 라는 성격 시원시원한 헝가리 여자애가 키친에서 궂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애 역시 반년 일했고 착한애였는데, 하도 다들 그 일을 하기 싫어하니까 그냥 치사하고 더러워서 한다고 했다. 안드레아도 날 보자마자 처음 왔냐고 묻더니, '너 여기서 견디기 힘들거야. 내가 들어오고 나서 15명이나 나갔어' 라는 말을.. -_-. 한 명 뽑는데 엄청 수고를 들이는 영국으로써는 반년에 15명이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넌 영어를 잘하니까 좀 나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위로해 주는데.. 엥? 그러고보니 카페는 정말 최저시급의 직업.. 얼굴만 백인이었지 영어 못하는 여자애들이 잔뜩 있는곳이 카페가 아니던가. 세일즈인 멘카인드에서 일할때만 해도 시급도 1파운드정도 더 높고 애들도 거의 학생이고 영어도 네이티브 수준이었는데 카페쪽으로 오니 학생은 거의 없고 다들 폴란드 등에서 일하러 건너온 여자애들이었다. 그래서 더 똘똘 뭉쳐 못되게 구는건가.. ㅠ_ㅠ 안드레아 말로는 스리랑카에서 온 갈색 피부의 여자애가 있었는데 6개월동안 키친 청소만 하다가 그만두고 나갔다고 한다. -_- 자기도 다른 직업 알아보고 있다고.. 공부를 할거라고 했다. 이런식으로 평생 살고 싶지 않다고..; (난 뭐냐 석사졸업하고.. 차마 석사라는 말을 못하고 그냥 학사졸업했다고 했다. 공부는 저렇게 철들어서 확실한 동기가 생긴 후 하는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커피 만드는걸 배워도 바 안에 있을라치면, ' Please go to the kitchen' 이렇게 말한댄다. 다 똑같은 직급의 팀 멤버끼리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그렇다고 키친 일이 할만한가 하면.. 일하는 건 좋다. 근데 육체적으로 진짜 너무 힘들다. 영국은 가오를 중시하는 나라라서, 스타벅스처럼 머그컵에 커피를 담아주는게 아니라.. 두꺼운 사기 찻잔과 사기 받침에 담아주고, 와서 꼴랑 커피만 마시고 가는 인간들은 없어서- 한번 먹고 나가면 그 자리가 쓰나미 지나간 듯.. -_- 게다가 쇼핑몰 안에 있어서 다들 유모차 끌고 와서 애들 이유식 먹이고 흘리고 난리도 아님. 치우는 건 괜찮은데 그걸 나르는게 너무 힘들다. 가뜩이나 팔힘도 없는데, 계속 키친으로 나르고 거기서 세척해서 쟁반 가득 접시나 컵을 쌓아 다시 바로 갖다줘야 하는데 그게 정말 너무나 무겁고.. 그 일을 적어도 10분에 한번씩 해야 하고, 오는 길엔 플로어에서 치우는 접시들을 가져오느라 무겁고. 손목이 진짜 너무 아프다. -_- 팔 아픈거야 근육이니까 익숙해지겠지 생각하는데, 손목은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진심으로 겁난다. 그림그리는 사람인데 손목 잘못되면 안되잖아.. 엄살이면 좋겠는데 엄살 아니다. 가게 문 닫으면 1시간 반 정도 전원이 청소를 해야 하는데, 이들은 바 안에서 그날 정산하고 바 안만 자기들이 청소하고 땡이다. 밖에서 플로어, 화장실, 키친, 쓰레기 청소하는거 전혀 신경 안쓰는거지. 게다가 영국법 상 아마 4시간 마다 30분씩 휴식시간을 주기로 되어 있는데 여긴 그 룰을 깡그리 무시하고.. 6시간 이상 일하면 30분.. 그래서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해도 딱 30분 쉴 수 있는걸로 해놨다. 이건 좀 너무 심하다. 멘카인드에서 가만히 서 있는 일 할때도 두번씩 쉬고도 힘들었는데.. 이 코스타는 아침부터 언제나 계산대에 5명 이상 늘 줄을 서있을 정도로 붐벼서.. 10초도 쉴 틈이 없다. 흑. 매니저는 나 뽑아놓고 휴가 가버려서 진짜 작살나게 고생했는데.. 이제 돌아오니 좀 나아질까. 하지만 애들 말로는 별로 바뀔건 없댄다. 하긴 매니저가 잘했으면 먼저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도 않았겠지. 일하면서 텃세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모 님에게 슬쩍 했는데, 자세한 내용을 듣기 전에 그런건 내 힘으로 이겨내라고 하시길래 울컥했었다. 내가 10대 후반이거나 20대 초반이라면 이악물고 이겨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제 그럴나이가 아닌 듯 하다. 더러운 건 그냥 피해가고 싶다. 벤톨 지하나 윔블던 코스타만 해도 전부 가족적인 행복한 분위기로 일하고 있다. 어디나 매니저들이야 까탈스럽겠지만.. 굳이 힘든 지점에서 눈물 흘리면서 백인들의 텃세를 이기면서 성공하는.. 7막7장 같은거 쓰고 싶은게 아니니까. 카페는 내 부업이지 본업이 아니다. 내 몸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D님, 뒤끝이 길어서 죄송합니다=_=ㅎㅎ) 어쨌든 앞으로 쭉 이런 태세면 매니저에게 다른 지점 코스타로 옮겨달라고 요청하고 안된다면 본사에 요청할 생각.. 내일, 모레 이틀 연속으로 풀데이로 일하는데 좀 걱정된다. 요즘 라디에이터에 늘 손목을 대고 지지고 있다. 시큰해서.. -_- 나도 참 왜 직업을 거꾸로 거슬러올라가는 걸까.. 좀 서글프기도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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