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녀오다 Simple Life

교회 다녀왔다.

본래도 신앙이 깊은 편은 아닌데, 중학교때 이후로 교회에 가지 않다가 영국 오기 6개월 전 쯤부터 만나게 된 친구때문에 종로쪽 교회를 몇 달 다니다 왔다. 어떤 느낌이었냐면, 어릴적 살던 동네에 십년만에 돌아왔는데, 많은 것이 바뀌어있고 동네 친구들은 나 없는 동안 많은 걸 배우고 친해져있고- 반면 나는 모든걸 잊어버리고 가까스로 기본적인 것들만 기억하고 있어서 당혹스러웠던 기억 같은 느낌이었다. 가령 대화 중 내가 무심결에 '일요일에는 말야-'라고 하면 다들 멋적게 웃으며 '주일'말이지? 이런식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사람들은 정말 친근하고 좋았고 잘해줬지만- 친척집에서 살다 본가로 돌아온 같은 느낌이라 좀처럼 잘 섞여들긴 힘들었었다. '믿음' 이라는 것도 사실 나에게 남아있는지도 의문이었고.. 가끔 청년부 예배를 드리다 눈물이 흐를때도 있었지만 그게 청년부 예배의 특성상 노래와 분위기에 도취되어 흘러나온 감정적인 것이었지 신앙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수더분하고 친근했던 그 교회가 좋아서 반포에 살면서 사십분이나 걸려 그 교회에 열심히 나갔다.

어쨌든 지금은 진정한 크리스천도 아닌, 그렇다고 종교가 없다고 하기도 뭣한 상태.

영국에 오고서는 킹스턴 집 옆 영국교회(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를 몇 번 나갔지만- 영국애들 모임에도 잘 어울리지 못했고 한국인들 모임은 너무 규모가 작았고 전부 결혼하신 분들이라 또 잘 섞이지 못했다. 그리고 교회는 뭔가 한쪽 마음 구석에서 날 죄책감 느끼게 누르고 있었다.

뉴몰든으로 이사오고서는 교회에 나갈 작정이었다. 하지만 어떤 한국교회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유학생들이 늘 '외국에 나가면 교회를 나가야지, 그래야 인맥도 생기고-' 이런게 싫어서 늘 교회를 안갔었던 이유도 커서- 사실 인맥을 만들러 가는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사실은 살아가는데 필요한건데, 자존심이랄까.. 스스로를 기만하는게 싫었달까-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1시 예배를 드리는 집 근처 교회에 다녀왔다. 원래는 영국교회여서 오후 시간에 한국인들이 빌려서 예배하는 형식으로, 영국에 이런 곳이 많다.

역시 인상이 좋으신 분이 맞아 예배당으로 인도해주셨고 성경과 찬송도 준비되어 있었다. 목사님도 좋은 편이었다. 신도는 거의 결혼한 부부거나 어학연수 온 여학생들이었고.. 백명도 안되는 듯한 작은 규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교회 건립 3주년인지라 끝나고 다과가 준비되어 있다고 했지만, 난 예배가 끝나기 무섭게 도망쳐나오고 말았다.
예배 드리는 동안 내 안의 신앙을 느낄 수 없었기에.

잘 모르겠다. 신도가 너무 적어서였을까?
형식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단지 정갈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세리모니라는 걸 즐기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힐송 처치 같은 곳이 맞지 않을까 하겠지만, 또 보수적이라서 그런 콘서트식은 별로일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다음주는 힐송이나 올솔스 처치 같은 곳에 가볼까 싶지만..

덧글

  • 2008/02/18 04: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8/02/18 10:11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トンヒdonghee 2008/02/18 14:00 #

    저도 예전에 그랬던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미션스쿨로 갔을때 거부반응없었는데(어느쪽이냐 궂이 이야기하라면 크리스천 이라는 내안의 전제 때문에 ㅎㅎ) 매주 드리는 학교 예배에 신앙은 전혀 느낄수도없었고. 학교행사라는 이유로 전 죄책감이나 부담감에 마음이 무거웠던 일 조차 없었어요. 그렇지만 니나님처럼 막 내안의 신앙을 시험하며 교회를 다니려고 적극성을 보인적도 없네요. 그냥 포기했다랄까. 내비두던 어느날. 그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더군요.
    어느날 정말 어느날 갑자기 학교예배 시간에 찾아와서. 눈물을 펑펑쏟으며 간절히 기도를 올린이후부터 믿음을 가지게 됬습니다.
    그냥.. 주님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시니까. 아니 항상 곁에 계시지만, 아직 볼수없으신것 뿐이라 생각해요.너무 옆에 계신 주님을 찾아다니지마세요 ㅎㅎㅎ
  • byontae 2008/02/18 21:31 #

    뭐랄까 영국의 교회는 워낙 안 좋은 소문, 소식이 많기도 하고 다들 신앙 보다는 친목 도모나 연애 위주로 가는 일이 많아서 딱히 동호회 정도의 의미 이상을 두기는 힘들어 보이던걸요. 차라리 못 알아들어도 영국 교회 가는게 나은것 같아요.
  • NINA 2008/02/19 07:37 #

    비공개S// 그래요, 그 교회! 우리집 옆에 있던.. ㅎㅎ 근데 알고보니 지금 이사온 집 주인 부부가 그 교회에서 한번 나랑 안면이 있던 사이더라구요. 한인사회는 좁아라 -ㅇ- 사우스 윔블던 거기도 호기심가네요. 작은교회가 별로라기보다..일단 좀 여러군데를 다녀봐야 할 것 같아요.

    비공개J// 엉 ㅠ_ㅠ

    トンヒdonghee// 그렇군요.. 저도 한 3년전에 그런게 온 줄 알았는데.. 다시 본연의 저로 돌아온 거 보면 -_-;; 흑. 언젠가 그런날이 오면 좋겠..는지 안좋겠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솔직;)

    byontae// 역시 그렇나요. 사실 그래서 안나가는 이유도 컸구요.. 자존심상해서 ^^; 그래서 집 근처 영국교회 몇 번 갔는데 도저히 말을 못알아들어서.. -_-; 찬송가 부를때만 좋더군요. 노래하는거 좋아해서 :D
  • 2008/02/19 09: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ondi 2008/02/21 12:49 # 삭제

    올소울즈 좋죠.. 다만 완전 대형교회라서 모임에 나가시지 않으면 좀 외로울수 있는데, 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성경공부 모임등등 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답니다. 남서쪽 사시면 윔블던에 있는 한인교회 아름다운 교회도 괜찮다고 하더랍니다. 벌써 가보셨는지도 모르겠지만요. 맘에 드시는곳 발견하시길 바래요!
  • NINA 2008/02/21 20:26 #

    비공개S// 안그래도 그 생각이 들더라고.. 아마 알것같아! ㅎㅎ 교회는 응 msn으로 물어볼게. 땡큐!

    ondi// 영국에 사시나봐요? :) 전 외로운 대형교회를 나름 좋아한답니다; 윔블던에도 괜찮은 교회가 있군요.. 안가봤어요. 감사해요 ^^
  • 첫번째펭귄 2010/09/26 14:23 #

    1월에 영국여행 계획있는데 힐송처치는 위치가 어디쯤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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