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31일
게으름 or 흥미없음?

몇 달간 그림을 제대로 그린적이 없기에 오늘부터 손풀기..시작.
와 원래도 잘 못그리지만-특히 데생력- 쉬었더니 가관이다. -_- 이런 실력으로 잘도 영국에 남겠다고 발버둥을..;
나는 뭐든 탐구하고 재밌게 하는걸 좋아하는데, 그림에 있어서만은 늘 게으르다.
처음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러 유학간다고 했을때 엄마가 그 의도를 절대 못믿으셨으니까.. 엄마는 내가 그림 그리는 걸 본 적도 거의 없으시고 -_-, 우리집엔 그 흔한 미술전공한 딸이 그린 그림 하나 안걸려있다. 그림도 안그렸고.. 좋아하긴 했지만 게을렀다. 근데 게으르다기보다.. 게을러도 자기가 하고싶고 즐거운 일은 하지 않나? 나는 안했다.
그림그리는게 정말 즐거웠던건 중학교때였는데, 그 때는 만화였지만 진짜 미친듯이 그렸던 것 같다. 하루이틀에 연습장 한 권을 다 그릴 정도였으니까.. 선생님이 못하게 해서, 책상을 하얀 전지로 감싸서 그 위에 낙서를 하고 매일매일 종이를 갈았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대학에 가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자신감을 잃었고 흥미도 솔직히 많이 잃었던 것 같다. 특히 시니컬한 남자애들의 말에 상처를 내심 많이 받았고, 혼자 비교하면서 주눅이 많이 들었었다. 남의 그림 보고 느끼고 평가하는 건 좋아했는데, 막상 내 그림에는 아무말도 안했다. 그래서 난 대학교 3, 4학년때- 남자애들이 전부 군대가버린-는 비교적 즐겁게 학교를 다녔다. 사실 그림그리는 사람이라면 자기 그림을 사랑하고, 못그려도 남들에게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는 그런 과정이 필요한건데 나는 그게 두려워서 안그렸고 결과적으로 더 못그렸다.
대학 졸업하고는 친구에게 그림을 좀 배우면서 열심히 그리고 다시 흥미를 가졌었다. 인체 공부도 좀 하고, 크로키도 해서 어느정도 사물을 보고 그릴수는 있게 됐다. 창작에 대해서는 뭐.. 나는 늘 나름대로 어떤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살리지는 못했다. 이건 전적으로 내 연습량과 작업량 부족으로 본다.
이처럼 게을러서.. 사실 이게 게으름인지 흥미없음인지 지금도 잘 분간이 안가는데, 유화도 수채화도 거의 해본 일이 없고 색연필도 제대로 써본적은 없다. 사실 수채화 거의 한번도 안해보고 평촌 미술학원에 입시강사로 취직했는데- 양심상 굉장히 찔리는 일이었다. 상황표현 수채화를 가르쳐야 하는데 내가 수채화를 해봤어야지? 그래서 학원에 면접보러 가기 전에 2장 난생 처음으로 그려보고; 그거 들고 갔다. 수채화는 입으로 가르쳤다. -_-; 얘들아 미안.. 그래도 2달하고 관뒀고, 또 사실 상황표현이라는건 수채화 능력보다는 이야기 구성능력이라구! ..흠흠. 어쨌든 당시 고3이었던 제자 2명 다 원하던 만화학과에 들어갔더라. 우리학교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이렇게 그림은 죽어라 안그리면서 미술도구 사는건 좀 좋아해서 쌓아두고 건드리지도 않는다. 이런 자신때문에 나는 그림이 맞지 않는 인간인가보다-하고 포기하고 졸업 후 사무직-_-?의 길을 걸었었다. 솔직히 잘 맞기도 하더라. 아침일찍 출근해서 일하고, 전화돌리고, 점심시간에 밥먹고 또 근무하고 퇴근시간 되면 땡- 친구만나서 밥먹고 수다떨고. 혹은 야근도 좋았다. 그래서 졸업 후 몇년간 그림을 그려본 일이 없었다. 언젠가 다시 그리고 싶어! 라는 로망은 있었지만 진짜 그리고 싶었다면 그렸겠지.
그러다 정말 안갈까 하다 재미로 가게 된 영국 유학박람회에서 우연히 발견한 킹스턴 대학 부스.. 설렁설렁 둘러봤는데 없고 복잡하길래 그냥 나오는 길에 있길래 또 상담할까 말까 고민하다 말을 건넸고, 면접일을 받았다. 그 날은 근무일이었는데.. 전날까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다가, 예전에 있던 낙서를 말그대로 죽 찢어서 포트폴리오 책자에 넣고, 대학원 전시때 억지로 그렸던 그림 한 점, 학부졸업때 만들었던 어설픈 애니메이션 CD하나를 들고 갔다. 면접을 보려면 조퇴를 해야 하는데 과연 토플점수도,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도 없는 내가 붙을지도 의심스러웠고 또 붙는다 해도 유학을 갈 형편인가.. 싶어서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갔고, 예상외로 합격되어버렸다. (킹스턴 대학이 요즘 건물짓느라 힘들다)
어쨌든 붙으니까 신나서 유학준비를 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림은 안그렸다. 진짜 한번도 안그렸던 것 같다. -_-; 영어공부는 억지로 했을지언정.. 와서도 학교 시작할때까지 안그렸고..
그럼 대체 난 뭔가. 그림을 정말 그리고 싶은걸까? 그런데 막상 정말 해야해서 (학교 과제라든가-_-) 그리게 되면 또 즐겁다. 이건 뭘까. 전시 보는 것도 좋아하고 남의 그림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해보면 좋겠다 열심히 생각도 한다. 잘 안해서 그렇지.
사실 이렇게 장황한 얘기를 쓰려고 한게 아니라..
저 위에 사진의 오일 파스텔, 싼거지만 이거 한국에서 한 5년전에 산걸거다. 더 됐을지도 몰라. 근데 보다시피 거의 전혀 한번도 안썼다. -_-; 난 이런 인간이다. 그렇다고 다른 재료를 많이 썼냐 그건 아니고..; 작업량이 너무너무 적다. 참으로 건방지다.


나는? 난 그림그리는 것도 좋지만 그 밖에 재미난게 너무나 많고 나한텐 그것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나보다. 그래도 어쩔거야? 이 길을 택했는데.
나 자신을 믿고 그림그리는 일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사실 이것도 좋아한다구요. 그렇다구요.
# by | 2008/01/31 11:48 | 그림과 잡담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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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돌이켜보면. 운좋아서가 반..어쩌다가가..반.. 뭐 이런인생인지도..라고 생각했던 글이에요 ( 그렇다고 니나님이 운으로 여기까지왓다는말이 절대아니에요)
근데, 이런것들이 모두. 능력이라고봅니다.
유학박람회갈생각도 안한 정말의욕없는 사람들도 많은걸요.
크레용 사는데 흥미따위 갖지않아도 먹고살려고 그림그리는 사람보다는 좋은 그림을 그릴수잇는 자격이 충분이 니나님에게는있다고 생각해요
오일파스텔이라그런가요?
그건 그렇고 저 검정미니드레스를 입은 아가씨, 다크하게 빨간 입술과 볶은 머리가 맘에 들어요- 강한데요 ㅎㅎ
첫번째 그림. 묘한 매력이 있어요 @.@)=b
전 그림 맘에 드는데 역시 보는 눈이 없는 겁니꽈.;;;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크레용이랑 로트링펜이랑 많이도 샀는데 아직도 새것처럼 남아있는 것도 있어요. 크레파스말고 크레용이 너무 가지고 싶더라구요. 수채 색연필도 샀던 것 같은데...
늙느라고 그러나 요새 웬일인지 그때 생각이 자꾸 납니다.
항상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여자만 그렸다는.으하항.
첫번째 그림 전 너무 매력적인데요!
예전 중학교때 미술학원 다닐때 생각이 나네요. 예고반을 들어갈려다가 여러모로 (그림을 젤 잘그리는 것도 아니었고)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는 -_-;;; 집에 예전에 그린 수채화가 있었는데 한국 들어가면 한번 찾아봐야 겠네요.
뭔가 막 그리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다가도 막상 뭘 그릴지 무지 고민하다가 뭐가 그리고 싶은건지도 도통 알수가 없어서;; 결국 종이를 접고 마는.. OTL
척~ 시작할수 있다는것도 멋진 능력중 하나라구 생각해요~
비공개d// 크크 고생하셨네요. ^^
동희님// 아웅..고마워요. 근데 제가 게으르긴 해요 정말루. ㅠ_ㅠ 반성중이랍니다. 감사하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젠가 함 보고싶어요! 꺅!
비공개ㅆ// 공감해주시나요 ? 흑 감사..그래도 저보단 부지런하실거에요;;;=_= 열심히 할게요!
비공개S// 아 부끄럽다~ 고마워요. ^^; 그래도 열심히 정말 즐겁게 하시는거 같아서 늘 잘 보고 있어요. 게으름은 만인의 적인가봐요-_-! 우리 노력해요!!
kristine // 오일파스텔이라서. 오일베이스라 크레용비슷하지요. 파스텔을 오일에 녹여서 굳힌거라고 할까요?; 크레용과 비슷해요. :)
catail// 네 오일파스텔이라 지들끼리 섞이고 부드럽게 뭉개지고 이런게 있어요. 고맙습니다. ^^
Maria// 고맙습니다;; 전 예술가라기엔 좀 공무원같은 인간이라 ㅠ_-
popcorn//고마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소소// 소소-_-.. 소소로롱
비공개s// 고맙습니다 ^^ 소질같은것 보다, 마음이랑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armineju // 와~ 그 사진 보고싶어요. 알미네쥬님 너무 매력적으로 생기셔서 좋아하고 있어요 이히. 새건 저에게 저렴하게..라고 해봤자 저도 있는것도 안쓰는군요 으흐흑. 근데 막 그런거 로망 있지 않나요? ^^ 특히 크레파스가 아닌 크레용-이런거, 이해해요!
리세// 고맙습니다, 저도 만화라면 진짜.그것도 눈동자-_-참 열심히 팠죠..하하
보드뷰라드// 와, 미술학원 다니셨었군요 역시! :) 그래도 취미로 계속 하고 계시잖아요, 너무 좋아요~
비공개ㅅㅈㅇ// 로긴을 안하시는군요! ^^ 설 쇠시죠? 나중에 뵈어요~!
Arayoun// 아라윤님이 훠어어얼씬 멋지십니다 진짜로 -_-; 전 님 블로그 갈때마다 반성해요.
저 여자 누워있는 그림 이쁜데...